주간시흥 기사입력  2011/11/22 [18:28]
2011 출산장려를 위한 육아일기 / 황 석 화 최우수상(일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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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7일
오늘 우리에게 새 가족이 생겼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신기함과 동시에 왠지 모르게 자신감도 함께 찾아왔다. 아직 망설이고 있는 우리에게, 아직 재고 있는 우리에게, 아직 현실 속에서 고민하는 나약한 우리에게 찾아와준 새 생명, 새로운 가족, 새로운 출발!
이런 의미를 담아 아내와 함께 태명을 지었다. 봄, 솔이, 태양이, 한울이가 후보에 올랐었는데 ‘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시작을 담고 있고, 새 생명을 틔워내는 역동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며, 파릇파릇 싱싱한 향기와 아름다운 색들로 찬란한 봄! 또 무엇보다 추운 겨울 움츠렸던 자연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봄에 우리에게로 왔으니까! 우리 아기가 밝고 건강하며 따뜻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이름이다. 왠지 부르면 부를수록 정이 간다.
“봄아! 봄아! 봄아! 아빠, 엄마가 네 이름 정성껏 많이 불러줄게. 아빠, 엄마에게 와 주어서 정말 고맙구나.”
또 하나의 온전한 나의 사람, 우리의 사랑의 존재감으로 행복하다.
‘우리 언제나 손잡고 함께 나가자구나! 가족이란 이름으로…….’

  2008년 5월 30일
오늘은 아빠, 엄마의 결혼기념일이란다. 아빠, 엄마가 결혼한 지 4년이 되는 날이구나. 아빠랑 엄마는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친구라서 결혼하고 보낸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왔단다. 우리 봄이가 태어나는 해인 2009년이면 아빠, 엄마가 만난 지 15년이 되는구나. 오래됐지? 아빠, 엄마 생각에는 우리 봄이 완전 행운아인 것 같은데? 왜냐구? 아빠, 엄마는 아주 오래된 친구이면서 아주 사이가 좋거든.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고 우리 가족도 행복할거야. 게다가 아빠, 엄마는 아주 좋은 부모가 될 의지가 가득하거든. 봄이도 그걸 알고 아빠, 엄마에게 온 거지? ^^ 너무 자화자찬인가?
참 오늘은 엄마와 함께 「폭력 없는 탄생」이라는 책을 읽었단다. 르봐이에 분만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이를 낳는 어른 입장이 아닌 태어나는 아기 입장에서의 출생 과정을 담은 책이란다. ‘우리 봄이가 얼마 후에 이런 느낌을 가지고 태어나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책이지. 아빠는 그저 아기가 세상에 나오는 것을 어른들 입장에서의 기쁨으로만 생각했지 네 입장에서 얼마나 큰 용기를 가지고 오는 길인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어. 그래서 이 책을 보며 네가 이 세상으로 오는 길에 무섭지 않도록 아빠가 꼭 힘을 보태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지. 그래서 우리 봄이의 분만도 병원이 아닌 조산원에서 하기로 했단다. 네게는 무한한 가능성과 자유로움이 있을 이 세상으로 오는 길에 공포와 두려움이 덜 하도록 아빠와 엄마가 따뜻하고 평화롭게 봄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게. 우리 봄이도 튼튼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와 주렴.

 2008년 12월 29일
봄아!
아빠의 이 벅찬 감동을 꼭 남겨야겠구나. 훗날 네가 아빠의 이 감정을 함께 느껴줬으면 해서 말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너를 만났단다. 지금부터 아빠가 우리 봄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얘기해줄게.
엄마가 12월 26일 금요일 밤까지 학교에서 언니, 오빠들 독서캠프를 준비하느라 바빴단다. 난방도 되지 않는 추운 학교에서 만삭의 몸으로 일을 하는 엄마와 봄이가 걱정이 되어 아빠도 가서 함께 일을 했음에도 밤 9시가 되어서야 일이 끝났어. 그런데 무리가 되었던지 다음날 아침 양수가 터지고 말았단다. 원래 예정일은 내년 1월 3일인데 말이야. 드디어 우리 봄이를 만나는 것인가?’ 기다리던 순간이기에 설레고 좋으면서도 우리 봄이가 1월에 태어나기를 기도했는데 12월 말에 태어날 너를 생각에 조금은 안타까웠단다. 양수가 터졌다고 조산원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오라고 하시더구나. 부랴부랴 이런 저런 준비를 해서 조산원으로 가서 검진을 받으니 양수가 부분파수 된 거라며 자궁문도 얼마 열리지 않았다더구나. 아직 멀었다고 쇼핑도 하고 놀러도 다니다 진통이 3분 간격이 되면 연락하고 오라시더라. 그리고 아빠가 엄마 젖꼭지를 빨아주면(일명 ‘작업’이라고 하셨단다)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자궁이 빨리 수축되니 도움이 될거라고 조언해주셨지. ‘병원에 가면 촉진제를 맞으며 유도분만을 한다던데, 참으로 자연스러운 방법이구나.’라고 생각했단다. 그 후 집으로 돌아와 ‘작업’도 하고 우리 봄이 만날 마음의 준비도 하며 시간을 보냈단다. 그런데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더구나. 토요일 아침에 양수가 터진 후 그 날 밤을 진통과 함께 밤을 지새웠는데 일요일 밤이 되도록 진통 간격이 짧아지지 않아 이틀째 밤을 지새워야했단다.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며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엄마에게 진통이 올 때면 우리 봄이에게 늘상 들려주던 노래를 부르며 호흡으로 진통을 가다듬곤 했어.
‘봄이야! 우리 봄이야!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햇살 가득 행복을 안고 오너라 엄마에게. 봄이야! 우리 봄이야! 아빠도 너를 사랑한단다. 달빛 가득 희망을 안고 오너라 아빠에게.’
진통이 길어지니 엄마와 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걱정이 되고 초초해지기도 하더구나.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출산기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긴 시간 진통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음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지. 그렇게 오랜 진통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엄마를 보며 ‘역시 아빠는 엄마라는 존재를 넘어설 수 없구나.’라는 생각도 들더구나. 그렇게 엄마는 2박 3일 진통을 하고 월요일 새벽 5시경에 조산원으로 갔단다. 엄마는 긴 시간 진통으로 인해 고통이 컸지만 너의 용기와 고통이 훨씬 큼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우리 아기 세상으로 오는 길을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도와줘야 해. 지켜줘야 해. 큰 사랑으로 반겨줘야 해. 이 터널만 지나가면 우리 아기를 만날 수 있다. 시간아! 어여 가라.’하는 마음으로 견뎌냈다는구나. 엄마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 아빠 또한 그런 엄마를 지켜보며 고통이 덜 할 수 있도록 ‘하나, 둘’ 박자를 세며 호흡을 위한 노래를 불러주고 엄마 몸을 쓸어주며 진통의 순간을 함께 했단다. 그렇게 우리는 무통주사, 유도분만, 회음부 절개, 관장 등 어떠한 인위적인 시술 없이 널 만날 기쁨과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진통을 정면으로 맞닥뜨렸단다. 고통 속에 행복한 기대감으로 충만한 채로 말야. 그렇게 너를 맞았기에 네 생명의 숭고함, 경이로움, 감동이 더욱 컸던 것 같다.
오전 10시경 드디어 네 머리가 보이고 엄마와 아빠가 함께 힘을 합쳐 10시 45분 네 온몸이 미끄러지듯 세상으로 나왔단다. ‘아! 이것이 탄생이구나!’ 처음 대면한 우리 봄이는 아빠를 쏙 닮았더구나. ‘나와 닮은 나의 아이라니, 내가 아빠가 되었다니...’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단다. 너는 엄마 품에 안긴 채 ‘쌕쌕’이며 첫 폐호흡을 시도하고 있었어. 힘겨워보였지만 울지 않고 엄마 품에서 금세 안정을 찾는 듯 했단다. 아이는 태어나면 의례 우는거라 생각했는데 울지않고 편안한 너의 모습을 보며 참 신기하고도 행복한 느낌이었단다. 그러는 동안 아빠와 엄마가 우리 봄이에게 힘 내라고, 아빠 여기 있다고 알려주려고 네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항상 불러주던, 네가 태어나면 엄마와 함께 불러주려고 했던 그 노래를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너에게 불러주었지.
‘봄아! 우리 봄아! 무슨 시를 들려줄까? 봄아! 우리 봄아! 음음~ 무슨 노랠 불러줄까? 이 세상 모든 꽃들이 너를 위해 피어나고 이 세상 모든 별들이 널 위해 빛나는 걸.’
그렇게 5분여 지났을까? 네 호흡은 안정을 찾았고 탯줄 박동도 더 이상 뛰지 않았단다. 그래서 아빠가 가위로 엄마와 너를 연결해주던 탯줄을 잘랐고 조산사 선생님은 우리 봄이를 3.39kg으로 잘 키워준 아주 건강한 태반을 보여주셨지. 그리고 넌 엄마 품에서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엄마 젖을 찾아 물었단다. 그 모습을 보며 아빠, 엄마는 눈을 마주치고 행복한 눈물을 흘렸지.
봄아! 아빠에게 큰 감동으로 와 주어 참으로 고맙다. 너는 이제 존재만으로도 아빠와 엄마에게는 살아가는 이유란다. 사랑한다, 우리의 분신...

 2009년 12월 14일
요즘 우리 윤서의 돌잔치 준비로 분주했다. 1년간 찍은 사진과 육아일기들을 정리하다 보니 매 순간 순간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지난 1년간 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내일이 드디어 우리 윤서의 돌잔치날.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마음을 휘젓는다. 피터팬 증후군처럼 어른이길 거부하고 항상 철없던 나를 어른으로 조금씩 변하게 해 준 울 딸 윤서. 그리고 분만보다 더 어려웠던 아내의 젖몸살과의 전쟁, 젖몸살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지 정말 몰랐었다. 또한 울고 웃고 넘어지고 뒤집고 앉고 기고 서고 걷기까지 우리 윤서의 성장 과정, 그리고 청천병력 같았던 윤서의 ‘신경섬유종증’ 의심 진단, 그리고 부디 아니길 바라고 바라는 지금. 인생의 희노애락이 모두 여기 있구나. 하지만 윤서야, 이제 우리가 함께 한 1년은 우리가 앞으로 함께 할 시간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야. 더 많은 행복한 추억 만들어가자꾸나!!~ 

 2011년 1월 28일
윤서가 MRI를 찍느라 입원했었다. 지금까지는 병이 의심되었지만 아니기를 기도하고 기도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결과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 뇌에 신경섬유종증 환자에게서 보이는 과우종(UBO)이 발견되어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다며 추정진단서를 써 줄 수 있다는 것이다. 1/40,000 불운이 왜 하필 우리 딸에게 온 걸까? 하늘이 원망스럽다. 유전병이라는데 양가 모두 이런 병은 없는데... 염색체 돌연변이라니..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하지만 슬픔과 걱정 속에서 허우적대며 감정을 소비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무너지면 윤서는 어찌하란 말인가. 더 강해져야 한다. 더 굳건해져야 한다. 나의 건강에 윤서의 건강까지. 꼭 지켜내야 한다.
우리 윤서에게 커피색 반점을 제외하고는 아직 특별히 드러나는 증상은 없다. 아주대 유전학 클리닉을 다니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요즘 부쩍 다리가 아프다는 말을 많이 한다. 밤에 자다 깨서 까무라치도록 울어댄다. 간혹 다리 쪽 신경섬유종양으로 인해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정말 그것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에리다. 그저 성장통이기를, 그저 성장통이기를…….

2011년 5월 2일
오랜 학생신분. 부모로서의 준비가 되지 않은 현실 그리고 철없는 나.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아이란 없을 줄 알았다. 오랜 시간 (연애기간 10년 결혼 후 5년 동안) 우리는 행복했고 아이가 없어도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었다. 게다가 나의 건강문제까지 겹쳐 우리는 어른들이 아이는 언제 생기냐고 물으면 그저 웃음으로 대답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용기가 부족했던 우리에게 윤서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고 지난 2년 윤서는 우리를 누구보다 행복한 부모가 되게 해 주었다. 아이가 줄 수 있는 또 다른 행복은 분명 있다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그런 윤서가 커 가는 걸 지켜보며 우리는 꼭 해 줘야할 선물이 있음을 점점 깊이 의식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동생!
성장기뿐 아니라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우리 윤서를 위해서도 항상 윤서편이 되어줄 동생이 꼭 필요하다는데는 우리 부부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또 현실 속에서 재고 헤매고 있었다. 나와 윤서의 건강, 책임지지 못할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선뜻 둘째 계획을 할 수 없었다. 우리 윤서를 생각하면 꼭 필요한 둘째, 그러나 지금의 여러 상황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갖기가 두려운 둘째... 나는 어느 날 저녁 길을 걸으며 이런 기도를 드렸다.
‘주님! 제가 아이들의 아버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하신다면 저희에게 새 생명을 주시고, 저에게 그만큼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주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정말 나의 진심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기도를 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우리는 둘째 아기가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을 한 것도 아닌데...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오늘, 아내와 대화중에 지난 기도에 대한 기억이 문득 떠올라 아내에게 얘기했다. 아내도 많이 놀라며 말했다. “이건 응답이고 축복이야. 당신 건강을 주님께서 지켜주시겠다는 응답. 그리고 둘째 아기를 보내주신 축복. 그러니까 우리 둘째 아이 태명을 ‘응복’이라고 지어주자. 이 아이는 우리에게 응답이고 축복이야.” 이렇게 둘째 응복이는 우리에게 왔다.
이런 일이 있고 나니 얼마 전 장난삼아 아는 동생이 한 장 뽑아보래서 뽑았던 타로카드가 생각났다. 그 때 내가 뽑은 타로 카드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가장한 은총’ - 고통으로 가장한 은총이란 뜻이라 했다.
지금 우리는 남들의 잣대로 보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주변 사람들도 우리의 상황을 보고 안타까워 눈물짓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우린 고통스럽지 않다. 가끔 나와 윤서의 건강문제를 생각하면 한숨이 새어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은 잠시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절망보다는 희망이 가득한 우리 가정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언제나 꿋꿋하게 웃음을 잃지 않고 넓은 마음으로 우리를 돌봐주는 사랑하는 아내, 이쁘고 착하게 자라주고 있는 우리 윤서, 이제 곧 우리와 만나게 될 둘째 응복이. 앞으로의 시간들이 쉽진 않을 테지만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한 우리 가족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난 지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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